작품 스틸컷
출연진
배우_임성주, 이계영, 이태식, 최혜주, 김성수, 정주연, 박소진 / 타악_이진화
제작진
작, 연출_김예기 / 예술감독_이대영 / 안무감독_손상욱 / 무대감독_이용수 / 의상_최혜주
연출의도
세상이란 콘크리트 바닥 어디에선가 희망이란 민들레가 뿌리를 내리는 법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일부의 힘없는 백성들은 늘 배고팠고 지친 삶을 살았다. 그들은 절망이라는 절벽에서 희망이라는 동아줄을 쥐고 오늘도 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 그것은 어찌 보면 백성이라는 이름을 등에 진 숙명과도 같은 삶이었고 그 핏빛 투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고 역사책 속 몇 마디의 문장으로 기록된다. 권력자들은 또 아니한가? 권력을 쥐기 위해 뿌린 피가 얼마이며 그 피의 진가를 누군들 판단할 수 있으랴. 그들 모두 역사책에 기록된 몇 글자의 글자로 어찌 설명할 수 있는가? 국가의 태동부터 대다수의 백성들은 숙명을 딛고 일어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절망을 딛고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을 노력해 왔고 처절한 투쟁을 지속해 왔다. 마당극 이산전을 통해 이에 답답하고 지친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고자 역사 속 정조대왕, 사도세자, 영조 대왕 그리고 혜경궁 홍씨 조선의 로얄패밀리 이야기를 백성들의 눈을 통해 재구성하여 풀어내어 대다수의 백성들이 위정자들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마당에서 신명나게 풀어보고자 한다.
더불어 청천벽력 같은 자신의 운명을 딛고 백성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어질고 현명한 정치를 펼쳐 나가려 애쓴 정조대왕의 삶과 권력에 기생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그들을 마당극으로 재조명하여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잠깐이라도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선물하려 한다. 늘 그랬듯이 풍자와 해학은 언제나 힘없는 백성들에게 한 모금의 청량제가 아니던가.
시놉시스
한 광대가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농을 던지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 사이, 마을 아낙들이 등장하여 각자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누구네는 대출받아서 집을 샀네, 또 누구네는 쌀값에 기름값이 올라 살기가 힘이 드네 하며 투덜대던 아낙들은 이윽고 나랏님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또 다른 광대가 나와 아낙들을 나무라고, 정조대왕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며 본 공연을 시작한다.
때는 영조대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영조는 하인 나경언의 고변에 사도세자를 불러 그의 죄를 묻기에 이른다. 어린 세손의 간곡한 외침에도 뜻을 굽히지 않던 영조는 결국 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세자는 끝내 뒤주에 갇혀 명을 달리하고 만다. 아비가 갇힌 뒤주 곁을 떠나지 못하고 울던 어린 이산은 훗날을 기약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영조 역을 맡은 광대, 어린 세손, 혜경궁 홍씨, 나경언, 신하를 맡은 광대들은 뒤주 주위에 모여 의아함을 표한다. 영조는 총명했던 어린 세자를 소론 출신 궁녀들의 손에 맡겼고, 영조는 사사건건 세자를 구박했을 뿐 아니라, 세자의 죄에 대해 고변한 자는 어느 집 하인이었는데 일국의 세자를 고발하였음에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당시 신하들도 영조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영조는 탕평책, 균역법, 삼심제, 신문고의 부활 등을 통해 후대에 칭송받는 임금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어린 세손은 즉위식을 맞이하고, 즉위식 자리에서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천명하며 사도세자의 존호를 높이고 묘소를 격상시키고 묘호를 내린다. 뿐만 아니라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수원화성으로 천도하기에 이른다. 대신들의 염려와는 달리 수원화성은 채 3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완공되었고, 정조대왕은 사도세자의 능침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으로 천봉한다.
애연가였던 정조가 곰방대를 입에 물자, 다른 광대가 나와 이를 만류한다. 저 멀리, 이선이 어린 이산을 데리고 즐겁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덧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다. 모두가 만수무강을 비는 가운데 부복하고 차마 일어나지 못하는 정조대왕. 혜경궁 홍씨는 노구의 몸을 움직여 아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여느 모자와 다를 바 없는 다정한 모습이다.
그들을 지켜보던 광대들이 나와 풍악을 울리고, 마당에는 흥겨운 장단이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