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스틸컷
출연진
지미리, 김계선, 오세철, 이승재, 이미란, 박범찬, 김민성, 방수연, 이예규, 박은혜
제작진
대표, 제작: 최민식 / 기획: 조매정 / 작가, 연출: 이종일 / 조연출: 김경현 / 무대디자인: 이종철 / 의상디자인: 최경희 / 조명디자인: 임종훈 / 영상디자인: 곽명선 / 조명오퍼레이터: 황요셉 / 음향오퍼레이터: 민종하 / 소품: 백시인 / 무대제작: 박종희
연출의도
인공신장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삶의 단면들을 진솔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데 총체적인 예술적 목표를 두었다.
인공신장실의 일상과 그 안의 공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관객들이 마치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투석 과정의 묘사, 환자들 간의 꾸밈없고 현실적인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의 교류를 세밀하게 포착하고자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각 인물이 가진 복잡한 내면(절망과 희망, 체념과 삶에 대한 애착, 고독과 연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신장 이식이라는 극적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이타심 사이의 갈등을 과장 없이 진솔하게 탐구하며, 삶과 죽음, 인간 존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한다. 또한, 투석 시간의 지루하고 정적인 흐름과 감정이 폭발하는 격정적인 순간, 평범한 대화와 심오한 질문이 교차하는 지점 등을 대비시켜 극의 리듬과 긴장감을 조율하고자 한다.
시놉시스
2019년 가을, 한 종합병원의 인공신장실. 이곳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투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목을 잃은 전직 교사 하봉구, 목사였으나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그의 오랜 친구 서모세, 억울하게 수감된 아들의 출소를 기다리는 85세 노덕순, 정신연령이 7-8세에 머물러 있는 33세 주영심과 그녀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박정옥, 그리고 묵묵히 환자들 곁에서 봉사하는 청년 길명수가 그들이다.
매주 세 번, 네 시간씩 이어지는 투석의 지루함과 고통 속에서 환자들은 서로에게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가족이 되어준다. 잡담과 농담이 오가지만, 동료 환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들에게 삶의 유한함과 죽음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봉구와 모세는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처지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덕순은 아들의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가슴 아파한다. 영심은 천진난만함으로 투석실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하지만, 명수는 그런 영심을 각별히 챙기며 조용히 자신의 신념(장기기증 운동)을 실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 뇌사자의 신장 하나가 배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석실에는 희망과 함께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누구에게 단 하나의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의사의 면담과 평가가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노덕순과 서모세가 후보로 압축된다. 덕순은 고령을 이유로 양보 의사를 내비치고, 모세는 이스라엘 성지 순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식을 간절히 원하며 기회를 잡은 듯 보인다.
하지만 모세에게 간암이 발견되면서 이식은 불가능해진다. 이때, 모세에게 자신의 신장을 주려 했던 명수는 그 약속을 영심에게로 돌리고, 영심의 보호자 정옥 또한 오랜 시간 지켜본 봉구에게 자신의 신장을 주겠다고 결심한다. 시간은 흘러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신장 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덕순은 마침내 출소한 아들과 재회하고, 영심과 봉구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이식을 준비한다. 투석실에는 여전히 삶과 죽음의 경계가 존재하지만, 서로를 향한 연민과 희생, 그리고 작은 희망들이 하얀 눈과 함께 조용히 내려앉는다.